곽튜브라는 여행 채널이 있어요.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알게 된 유튜브인데요. 볼 때마다 너무 웃기고 행복해서 요즘 자기 전에 1편은 꼭 보고 자는 채널이에요.
몇 달 전부터 러시아로 들어가서 세계여행 중인데,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영상들이 정말 재밌습니다. 이 영상들을 보기 전에는 조지아는 가보고 싶었어도 러시아와 스탄 국가들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는데 아.. 스탄국 명예 홍보대사에요. (얼굴은 명예중국인이지만)
일단 러시아어가 되고 친화력도 엄청 나서 현지인들과 깊은 친분을 나누는 점, 특유의 개그코드, 담백한 성격 덕분에 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합니다.
언어가 되고 상급의 가격 협상 능력을 가졌음에도 가끔 바가지를 당하는데요. 상황상 웃돈을 줘야 하는 합리적인 판단이 들면 깨끗이 인정하는 점, 기분 나쁜 일을 당해도 그 일에 매몰되지 않고 금방 회복하는 점(주로 밥먹고 기분전환)에서 사람이 참 깔끔해 보이는 것 같아요. 물론 너무 호구만 당하지 않는 것도 편안함의 요소인 것 같고요.
살다보니 받은 만큼만 화내고 받은 만큼만 기뻐하면서, 금방 묻어버리고 현생을 살아가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제 자신도 그렇지만 그런 사람도 의외로 없고요. 생각없이 하하호호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예의로, 상대에 대한 배려로 추측, 지레짐작, 과장하지 않는 것. 보이는 것만 보는 것.
감정을 주고받는 것도 그렇지만 물질적인 부분에서도 그런데요. 과도한 기브앤테이크로, 너가 준 만큼 나도 주겠다.도 불편하지만 전 그것만큼 불편한 게 일방적인 베품의 관계더라구요. 인종이 다르면 인종차별로도 비춰질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곽튜브는 충분히 베풀고(여행자라 주로 돈으로) 충분히 베품을 받는데(주로 현지 가정집 투숙, 식사), 아 저렇게 여행을 할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남자라서 가능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낯선 장소에서 만난지 몇 시간 되지도 않은 현지인 택시기사에게 내 리조트 방에서 자라는 말을 하는 것은 성별을 불구하고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해 보여서요.
그리고 또 하나 놀랐던 게, 유튜버라서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영상 편집을 하더라구요. 모든 여행유튜버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초보블로거로써 매우 놀란 부분이에요.
영상 하나당 편집시간이 10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40리터가 넘어보이는 배낭을 메고 이동하면서(택시를 자주 타긴 하지만) 영상 편집까지 실시간으로 하다니 매우 존경스럽습니다. 전 20대때 30리터 배낭을 메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 적이 있는데, 먹고 자고 걷고 밖에 안 했는데도 너무 힘들어서 일기장을 가져갔지만 몇 장 채우지도 못했거든요.
또 그동안 갔던 여행길에서 매번 한국 사람들만 잔뜩 친해져 왔던 게 제 부족한 언어능력 때문이었나 싶기도 하고, 곽튜브의 영상을 볼 때마다 온갖 여행의 기억들이 다 떠오르는 것 같아요.
아무튼, 아직 안 본 영상이 그득그득한 신규팬으로써 팬심을 가득 담아 글을 써봤는데요. 해외여행 영상을 즐겨 보시는 분이라면 한번 봐보시길!